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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美) 최고의 학군' 버지니아 페어팩스에 가다

입시지옥은 한국에만 해당되는 특수 현상이다? 미국 학부모들은 자녀의 교육에 둔감하다?적어도 미국 최고의 학군이라 불리는 버지니아주(州) 페어팩스 카운티에서는 이런 선입견을 버리는 게 좋다. 명문 유치원 진학을 위해 임신 전 대기자 명단에 아이의 이름을 올려놓아야 하고, 초등학교 3학년부터 GT(Gifted and Talented: 일종의 영재 프로그램)가 운영되는 곳이 페어팩스다. 전미 최고 고교인 토머스 제퍼슨 과학고 입시를 위한 학원들이 즐비한 곳이기도 하다.교육 칼럼니스트 김경하씨는 페어팩스 카운티를 '미국의 8학군'에 비유한다. 그곳에서도 교육열이 높기로 알려진 매클린 지역의 초등학교에서 3년간 볼런티어 교사로 일한 그녀는  "페어팩스에 사는 부모들의 교육열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한다.

"매일 새벽 3시에 아들을 태우고 수영장으로 향하는 엄마, 아이들을 위해 전문의(醫) 과정을 포기하고 교육에 전념하는 엄마, 아이와 함께 주말을 보내고자 취미를 포기한 아빠들이 즐비합니다."

기자는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20년 넘게 산 교포 2세 오은미(48)씨를 만났다. "자녀교육에 관심을 갖는 것은 부모의 당연한 의무지만 강요가 아닌 재능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해요. 바이올린에 재능이 있는 둘째 아이를 위해 왕복 40여㎞의 등하교 길을 차로 5년 넘게 태워다주고 있어요."

페어팩스에서는 치맛바람이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가 열성적이지 않으면 무관심하다고 비판을 받는다. PTA(Parent-Teacher Association:학부모-교사 협의회)에 참석하는 것은 기본이고, 도서관 사서나 학교 행사에 봉사를 하는 것, 수업 시간 중 진행에 도움을 주는 것 등등 학부모의 참여 폭이 대단히 넓다. 입시 상담도 학생과 진학교사, 학부모가 수시로 만나 같이 협의한다.

교육열이 뜨겁지만 획일적인 한국의 입시 열기와는 자못 다르다. 예컨대, 국제중·고 열풍이 불면 너도나도 입시 학원을 다니는 것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유행을 쫓기보다 철저히 아이 특성에 맞게 가르친다. 아이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찾기 위해서다. 또한 학과 공부 못지않게 예·체능 특별활동도 중시한다. 김경하씨의 얘기다.

"'알파맘'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 이곳에서는 일찍부터 '사커맘'이 있었어요. 아이가 축구 레슨을 받는 동안 운동장 한편에서 복잡한 스케줄 표를 늘어놓고 머리를 짜내는 엄마들을 일컫는 말이죠. 고등교육을 받은 중산층 출신의 엄마들이 아이의 로드 매니저 역할에 매달리는 것을 두고 만들어진 용어죠. 엄마가 적극적이지 않으면 그만큼 아이가 손해를 보게 된다는 인식을 공감하는 것 같아요."

페어팩스 카운티의 교육열이 높은 이유는 뭘까. 워싱턴 DC의 생활권 안에 있어 FBI나 CIA 같은 정부기관이나 대학, 연구소, 사업체 등에서 일하는 소위 백인 중산층들의 거주지로 오랜 기간에 걸쳐 교육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페어팩스 카운티 문일룡 교육위원은 "부모들의 교육수준과 소득 수준이 높아 자녀의 교육에 관심 갖는 정도가 다른 주(州)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다"고 말했다.

카운티 정부의 교육비 지원도 대단하다. 미국의 교육은 원칙적으로 카운티(우리나라의 군에 해당) 정부가 책임진다. 토머스 제퍼슨 과학고를 비롯해 명문 공립학교의 운영이 활발하고, 교사의 질이 높은 것은 카운티 정부의 노력이 한몫했다.

또한 수준별 수업이 공공연하다.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이 얼마든지 재능을 살릴 수 있도록 대학 수업을 선행할 수 있는 AP(AP·Advanced Placement), GT 수업 등이 잘 돼 있다.  반면 성적이 뒤떨어진 학생에게도 일정한 수준까지 오를 수 있도록 공교육의 틀 안에서 카운티 정부가 책임지는 제도도 갖춰져 있어 특별한 불만이 없다.

버지니아 페어팩스의 명성을 듣고 몇 년 전부터 한국인을 비롯해 아시아권 이주자들이 늘었다. 문 교육위원은 "교육열로 인해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지만 또한 그것으로 인해 열등의식과 좌절감을 느끼기도 쉽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환상을 품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방종임 기자 | 2009-06-08 06:56

[출처: 조선일보]